
많은 분들이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운동이나 식단, 혹은 영양제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행복과 건강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입속'입니다. 튼튼한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를 넘어, 삶의 질과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가장 중요한 신호를 놓치곤 합니다. 거울 속에서 반짝이는 치아에만 집중하느라, 그 치아를 붙들고 있는 붉은 흙, 즉 ‘잇몸’이 보내는 비명을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잇몸이 보내는 경고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구강 관리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입속의 염증, 뇌와 심장으로 흐르는 시한폭탄
흔히 잇몸병을 '입안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곤하면 붓고 좀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잇몸은 우리 몸의 전신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자, 전신 질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치아를 지탱하는 잇몸 뼈가 녹아내리는 치주질환은 소리 없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치아를 잃게 만드는 무서운 병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병이 입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잇몸의 혈관을 타고 들어간 염증 물질과 세균은 온몸을 돌아다니며 혈관을 손상시킵니다. 이는 당뇨병을 악화시키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심지어 뇌졸중과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노년기에 씹는 활동(저작 운동)은 뇌의 혈류량을 늘려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데, 잇몸병으로 치아를 잃게 되면 뇌 건강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결국 잇몸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치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뇌와 심장, 그리고 평온한 노후를 지키는 일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오해했던 ‘불소’와 ‘헹굼’의 미학
매일 하는 양치질이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오해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치약'과 '헹구는 습관'입니다. 개운함을 위해 치약 거품을 물로 여러 번 헹궈내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는 치약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불소'를 스스로 버리는 행위와 같습니다. 불소는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코팅하여 세균의 공격을 막아주는 갑옷과도 같습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1000ppm 이상의 고불소 치약을 사용하되, 양치 후에는 입안의 거품만 뱉어내고 물로 헹구지 않거나 아주 적게 헹구는 것이 치아 건강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간혹 불소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저불소 치약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치약으로 사용하는 양의 불소는 인체에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양이며, 오히려 충치 예방이라는 이득이 월등히 큽니다. 물론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치아가 약하거나 충치가 잘 생기는 분들이라면 불소라는 강력한 방패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습니다. 칫솔질은 닦아내는 것만큼이나, 유효 성분을 치아에 남겨두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칫솔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 그곳에 병이 숨어 있습니다
"하루 세 번 꼬박꼬박 닦는데 왜 잇몸이 나빠지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칫솔만으로는 완벽한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칫솔은 치아의 표면을 닦는 도구일 뿐, 잇몸병균이 주로 서식하는 치아와 치아 사이, 그리고 치아와 잇몸의 경계선(치주포켓)까지는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일반 칫솔모가 들어갈 수 없는 사각지대이며, 바로 이곳에서 잇몸병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치실과 치간 칫솔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간혹 치실을 쓰다가 피가 나면 무서워서 사용을 중단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피가 난다는 것은 이미 그곳에 염증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부지런히 해당 부위의 이물질을 제거해주어야 붓기가 가라앉고 출혈이 멈춥니다. 또한 1년에 한 번 이상의 정기적인 스케일링은 칫솔질로도 해결되지 않는 단단한 치석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치아와 잇몸은 한번 망가지면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소모품과 같은 조직입니다. 뼈가 녹고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치료'가 아닌 '수명 연장'을 논해야 할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좋은 치료는 아프기 전에 관리하는 '예방'입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칫솔질 후에 물로 헹구는 것을 멈추고, 치실을 손에 들어보십시오. 지금의 작은 불편함과 노력이 10년 뒤 당신이 맛있는 음식을 씹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자유를 지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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