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시민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언어학을 넘어서 사유의 지도를 그린 남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라는 이름은 단순한 언어학자를 넘어, ‘지성의 화신’이라 불릴 만큼 현대 사회에 강한 울림을 남긴 인물입니다.
많은 이들은 그를 ‘보편 문법’을 통해 언어학의 혁명을 일으킨 학자로 기억하지만, 촘스키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그는 인간의 언어 능력 뒤에 숨은 선천성과 인지 구조를 파고들며, 언어가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창이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그는 언어와 권력의 연결 고리를 통해, 어떻게 정보가 조작되고 여론이 형성되는지를 밝혀낸 날카로운 비판가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단지 언어학자가 아니라, 사유의 틀을 바꾸고자 한 한 지성인을 만나보려 합니다.
보편 문법 이론, 인간을 다시 정의하다
1957년, 젊은 촘스키는 『구문 구조(Syntactic Structures)』라는 책 한 권으로 언어학계를 뒤흔듭니다. 당시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지배적이던 시대였고, 인간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로 이해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촘스키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그는 아이들이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현상을 관찰하며, 인간에게는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며, 모든 인간 언어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는 강력한 가설로 자리 잡습니다.
이 이론은 이후 인지과학, 심리학, 인공지능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적극적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존재’로 재정의하는 데 기여합니다.
지식인의 책임, 침묵은 공범이다
촘스키는 학자이자 철저한 행동하는 지식인입니다.
1967년, 그는 『지식인의 책임(The Responsibility of Intellectuals)』이라는 에세이에서, 베트남 전쟁을 비판하지 않는 지식인들을 향해 날을 세웁니다. 그는 “지식인은 권력에 복무해서는 안 되며, 불의에 저항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중동 문제, 이라크 전쟁, 미국 외교 정책 등 수많은 현안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왔으며, 때론 미국 내에서도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이 “침묵은 권력의 연장”이라는 신념 아래, 지식인의 양심을 대변해왔습니다.
언론은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 ‘여론 조작’의 민낯
촘스키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여론 조작(Manufacturing Consent)』입니다. 이 책은 언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프레임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선택함으로써 여론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촘스키는 이를 ‘프로파간다 모델(Propaganda Model)’로 설명하며, 언론이 국가의 외교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그의 주장은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의 언론 생태계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촘스키가 남긴 유산, 그리고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노암 촘스키는 평생 동안 한 가지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것은 ‘비판적 사유’입니다. 그는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촘스키는 그 점을 누구보다 일찍 경고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책과 강연, 인터뷰 속 한 문장 한 문장은 단지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판단력’을 깨우는 도전장이었습니다.
세상의 구조를 꿰뚫는 눈
‘구루를 찾아서’ 코너에서 소개한 노암 촘스키는 단순한 학문적 권위자가 아닙니다. 그는 인간 내면의 언어 구조를 밝히면서도, 권력의 언어를 벗겨낸 비판적 지성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결국 한 가지입니다.
“생각하라. 그리고 침묵하지 말라.”
노암 촘스키
이름: 아브럼 노암 촘스키 (Avram Noam Chomsky)
출생: 1928년 12월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전공 분야: 언어학, 인지과학, 철학, 정치학

소속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언어학·철학과 교수 (1955~1996)
애리조나 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2017~현재)
주요 업적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이론 창시
‘변형생성문법(Transformational-Generative Grammar)’ 개발
행동주의 언어 이론 비판 및 인지과학 발전에 기여
정치 활동: 반전 운동, 반제국주의 논객, 미디어 비평가로서 활동
주요 저서
『구문 구조(Syntactic Structures, 1957)』
『지식인의 책임(The Responsibility of Intellectuals, 1967)』
『여론 조작(Manufacturing Consent, 1988, 공저)』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Who Rules the World?, 2016)』 등 100여 권 이상 저술
특징
20세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인 중 한 사람
언어학뿐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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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고, 정보를 습득하며 자신의 주관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스스로 생각한다고 믿는 그 ‘생각’조차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여기, 평생에 걸쳐 인간의 내면(언어)과 외면(사회)을 동시에 해부해 온 사상가가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시민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이 서늘한 경고를 던지는 인물, 바로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입니다. 그는 단순한 언어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말을 배우는지 밝혀낸 과학자이자, 권력이 언어를 이용해 대중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폭로한 감시자입니다.
인간 지성의 정점을 찍은 학자이자,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불의에 맞서 ‘불편한 진실’을 외치는 시대의 어른. 촘스키가 그려낸 사유의 지도를 따라가 봅니다.
1. 행동주의를 전복하다: 인간 본성 깊은 곳에 새겨진 ‘언어의 지도’
1957년, 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29세의 청년 촘스키는 《구문 구조(Syntactic Structures)》라는 얇은 책 한 권으로 당시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집습니다. 당시 심리학과 언어학을 지배하던 것은 ‘행동주의’였습니다.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 외부의 자극과 반복 학습으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정설이었지요.
하지만 촘스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아주 적은 정보만으로도 배운 적 없는 문장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창조적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뇌 속에 ‘언어 습득 장치(LAD)’를 가지고 나온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이론입니다. 인간에게는 언어를 생성할 수 있는 생물학적 설계도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발견은 인간을 단순히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수동적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세계를 해석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존재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는 언어학을 넘어 인지과학 혁명의 문을 연 개척자였습니다.
2. 우리가 믿는 진실은 진짜인가? ‘여론 조작’의 매커니즘
언어의 내부 구조를 밝힌 촘스키의 시선은 곧 언어가 작동하는 사회 구조로 향했습니다. 대중에게 가장 충격을 준 저서 《여론 조작(Manufacturing Consent)》에서 그는 현대 언론의 불편한 민낯을 까발립니다.
우리는 언론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 생각하지만, 촘스키는 언론을 권력과 자본의 필터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이를 **‘프로파간다 모델’**이라 칭하며, 거대 미디어가 어떻게 정보를 선별하고, 특정 이슈를 부각하거나 침묵함으로써 대중의 동의를 ‘제조’해내는지 분석합니다.
국가의 이익이나 기업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가차 없이 잘려나가고, 우리는 걸러진 정보를 세상의 전부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의 통찰은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 알고리즘과 가짜 뉴스 속에 갇힌 우리에게 더욱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분노하고 열광하는 그 이슈는, 과연 당신의 의지입니까?”
3. “침묵은 곧 공범이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무거운 책무
촘스키를 ‘우리 시대의 양심’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상아탑에 갇혀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67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에세이 《지식인의 책임》을 발표하며 지식 사회를 향해 사자후를 토해냈습니다.
“지식인의 책무는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행동의 원인과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는 지식인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전쟁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하는 것을 경멸했습니다. 이후 그는 미국의 패권주의 외교 정책, 신자유주의의 폐해, 중동 문제 등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때로는 조국인 미국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침묵은 권력의 연장”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마치며: 깨어있는 정신을 위한 초대
노암 촘스키는 평생 두 가지 ‘구조’와 싸웠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려는 학문적 편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정치적 기만이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방대한 언어학 이론만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에게 **‘의심할 권리’**와 **‘질문할 용기’**를 남겼습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대 권력의 논리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정말 그런가?”라고 되묻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촘스키가 바라는 시민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세상이 보여주는 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이면을 꿰뚫어 볼 것인가. 촘스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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